- 뼈를 적다_Cyart Space

텍스트와 뼈, 그 이중적 구조의 아이러니 

김의식 작가의 이번 개인전에서는 극히 간결한 조형적 설치작업을 만나게 된다. 그것은 깜빡이는 전구와 뼈 그리고 그 위에 기록된 알 수 없는 텍스트 들이다. 사실 뼈의 형태로 보이는 물체는 뼈를 그대로 떠낸 조형물인데 작가는 그 위에 수 없이 많은 개인사적 이야기들을 적어내려간 흔적을 남겨두게 된다. 그리고 그 뼈들은 일정한 면적의 단위로 나열되어 공간적 신호를 다시 갖게 되는 모양새를 보여준다.
 
이 전시에서 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전시의 주제를 ‘뼈를 적다’라고 제시하고 있다는 것에 있다. ‘글을 적다’ 혹은 ‘뼈위에  적다’라고 쓰지  않고 있는 것인데 이것은 뼈라는 것을 일종의 기호나 글과 같은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러므로 김의식 작가의 작업에서는 뼈로 어떤 의미들을 적어내려가고 있을 것이며 이때 뼈와 글이라는 두가지 텍스트의 구조가 서로 이중적으로 작동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런데 사실 작업을 보게 되면 수 많은 글들이 쓰여져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을 읽어내기는 쉽지 않다. 작가는 글을 써서 누군가에 읽혀질 수 있도록, 그래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소통하는데에 목적이 있는 것 같지 않고 다만 글을 쓰는 행위에 의미를 둔 것 같다는 것이다. 뼈를 설치하는 작업 방식 역시 어떤 유의미한 싸인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뼈를 나열하는 행위에서 작가는 그것을 경험하는 그 자체에 관심을 갖고 있는듯이 보인다.
 
작가는 뼈라는 물체에 관심을 갖고 그 위에 글쓰기를 하기 시작한 것에는 개인적 사유가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가장 친한 친구의 죽음과 부모님과 다름없었던 할아버지의 임종을 직접 경험하게 된 사건등 그에게 닥쳐온 일련의 상황들에서 강한 상실감을 느끼게 되면서 부터라는 것이다. 그 이후 삶과 죽음에 관한 생각에 오랜 시간 잠기게 되었고 뼈라는 물체가 생명의 흔적이지만 동시에 죽음을 암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작업에 중요한 모티브가 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작가는 그때의 생각들과 경험들을 텍스트로 기록하기 시작하게 되었는데 어느덧 그 기록 장소가 뼈 위에까지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작가에게 있어서는 텍스트를 기록하는 행위는 자신이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대상이었던 이들이 이제 부재하다는 현실은 자신이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없는, 사실 죽은 것과 같은 현실을 목도하고 기록하는 행위였을 것이다. 그래서  살아있음과 죽음을 동시에 지시하는 것처럼 보이는‘뼈’라는 상징물에 주목하였을 것이며‘뼈’를 기록처럼 남긴 생명의 흔적은 자신이 살아있지만 동시에 죽은것 같은 아이러니한 현실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작가가 써내려가는 텍스트들 역시 자신의 의식의 흐름에 따른 의미들을 지시하는 것 같으나 사실 자신이 경험한 순간들에 이르지 못하고 죽은 의미만을 양산한다는 점에서 작가는 계속적으로 글쓰기 행위의 흔적만을 남길 뿐 텍스트가 읽혀지기 어려울 정도로 흐려지도록 만들고 있는것 같다. 결국 작가가 써내려가는 텍스트들은 삶과 죽음의 양가적 상징 도구로서의‘뼈’와 같이 삶 혹은 의미의 미끄러짐을 경험하는 구조들일 것이며 그것은 죽음 혹은 의미에 실패할 수 밖에 없는 텍스트의 성격과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작업들을 보면 김의식 작가의 작업은 아주 간결한 작업임에도 상당히 심도있는 사유 구조가 들어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그 구조는 우선 뼈와 텍스트로 대표되는 상징적이고 기록적인 두가지의 조형 어법이 그러한데‘뼈’가   삶 과 죽음을 동시에 지시한다면 존재와 부재 그리고 주체와 탈주체의 경계에 서있는 현대인들의 사유의 지평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의 작업은 개인사적 삶과 죽음의 단상으로부터 시작되었지만 그 사유의 흐름은 이제 현대인이 처한 지적 상황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고 살아 있음의 단단한 토대로 보였던 지점들이 이제 그들이 부재한 공간에서 현대인이 위치해 있는 경계적 상황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며 작가는 그 질문에 대한 명확한 해답보다는 질문 자체에 몰입하여 삶을 써내려가며 죽음을 읽어내도록 의미를 확인하지만 의미를 기록하지 않은 행위를 지속적으로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사이미술연구소 이승훈